심원단상

세기적인 스캔들 현장, 화청지의 담쟁이덩굴

이정웅 2018. 6. 29. 06:28

 

중국 서법에술의 보고 비림 입구

비림에서 만난 무궁화 중국사람들은 목근화라고 부른다.

세기적인 스캔들의 현장 현종과 양귀비가 온천욕을 즐겼던 화청지

소위 '대감나무' 약 1m 정도 높이에서 접목을 했다. 따라서 대목의 수피와 삽수의 수피 색깔이 확실히 다르다.

중국 4대 미인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양귀비 상 그녀가 온천욕을 즐긴 것은 몸냄새를 없애려 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양귀비가 온천욕을 즐겼던 해당탕 야생사과나무 즉 꽃사과를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화청지 중심 공간에 우뚝 서있는 회화나무

양귀비가 목욕 후 자연 바람으로 머리를 말렸다는 비하정 담쟁이가 무성하다

장예모가 연출한 장한가 가무쇼에 등장하는 연리지와 비익조

양귀비와 당 현종을 기리는 조형물 아래 호위병이나 내시들의 모습을 보면 두 사람의 노는 장면을 보지 않으려 하고 있다.

 

세기적인 스캔들 현장, 화청지의 담쟁이덩굴

서안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진시황 무덤의 병마용과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와의 세기적인 로맨스 현장 화청지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혼란이 왔다.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백낙천의 <장한가(長恨歌)>에 등장하는 화청지에 두 사람의 사랑에 얽힌 나무가 없을까 하고 출국 전 미리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그런 기사가 없고 사랑 이야기와는 무관하지만 대추나무의 대목에 감나무를 접붙인 이른 바 “대감나무”가 있다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가짜 달걀을 만들만큼 기묘한 일을 잘 꾸미는 중국인들이라지만 과(科)가 서로 다른 나무를 접붙여 성공했다니 호기심 발동했다. 가이드에게 잊지 말고 현장을 안내해 달라고 했더니 그런 것이 아니라 고염나무에 감나무를 접붙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궁금증은 떨쳐버릴 수 없었다. 금화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비림을 먼저 찾는 일정이었다. 비석들을 많이 모아 놓은 비림은 1087년부터 조성된 중국 서법예술의 보고로 알려진 곳이다. 잘 정돈된 경내는 나무도 울창했다. 그 중에서 무궁화 한그루가 활짝 꽃을 피워 마치 동포를 만나는 듯 반가웠다. 중국에서는 목근화(木槿花)라고 한다. 우리가 늘 접하는 무궁화와 달리 화경(花莖)과 잎이 커서 매우 우아해 보여 가져오고 싶은 욕심도 생겼으나 이제 막 개화 중이라 씨를 받는 등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어 화청지로 향했다. 도중에 강 옆을 지나는데 이곳이 강태공이 낚시를 놓던 위수(渭水)라고 했다.

중국 유명 관광지치고 현지인들로 붐비지 않는 곳이 없지만 이곳 화청지도 마찬가지였다. 장소가 그리 넓지 않고 오기 전 이미 사진으로 눈에 익혀 두었던 터라 소위 대감나무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뿌리 부분에 접을 붙이는 우리와 달리 1m정도 높이에서 접을 붙여 대목의 수피와 접수의 수피가 확연이 구분되고, 대목 고염나무의 수피 검은색이 대추나무와 비슷하여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인터넷의 잘 못된 정보의 부작용이 밝혀졌다. 그러나 한편 믿고 싶었던 일이 사라져 아쉽기도 했다.

조경수는 소나무, 수양버들, 석류나무, 가이즈까 계통의 향나무, 제주광나무 등 익히 아는 수종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중국 고유의 수목 등 평범했다. 다만 반라(半裸)의 양귀비상 전면의 큰 회화나무가 화청지를 알리는 푯대같이 높이 서 있다.

현종과 양귀비가 즐겼다는 연화탕과 해당탕은 747년(현종 6)에 지었다고 한다. 많은 좋은 말을 두고 꽃으로 탕(湯) 이름을 붙인 것은 매우 신선해 보였다. 그런데 연화(蓮華)는 연꽃을 상징하지만 해당(海棠)은 무엇을 상징하는지 선뜻 알 수가 없었다. 같이 게시해 놓은 영문 설명문을 보니 “크래브애플 풀(Crabapple Pool) ” 즉 꽃사과나무탕이라고 했다. 즉 중국어로 말하는 해당은 우리가 말하는 해당화가 아니라, 꽃사과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자권인 우리나라의 꽃 문화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즉 매, 난, 국, 죽을 사군자라 하고, 모란은 부귀를, 소나무를 지조 있는 선비를 상징하는 나무로 비유한 것 등이 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점도 있어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친 행단(杏壇)의 나무가 은행이 아니라 살구나무인 것처럼 해당(海棠)도 우리가 알고 있는 해당화가 아니라, 꽃사과나무라는 점이다. 반면에 우리가 부르는 해당화는 중국에서는 민괴(玟瑰, 영명, Rugose Rose)라고 하고 한다.

전직은 못 속인다는 말처럼 어디를 가든 나무부터 살펴보는 습관이 있어 쓸데없는 일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화청지의 많은 나무들 중에서 굳이 양귀비와 관련된 나무를 말하라고 한다면 비하정(飛霞亭) 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덩굴이다.

비하정은 양귀비가 욕조를 나와서 바람을 이용해 머리를 말리던 높은 정자이다. 그녀는 피부가 아름다운 것을 뽐내기 위해 알몸으로 일대를 거닐었다고 한다. 궁궐을 지키는 호위병이나 내시들이 훔쳐보면 가차 없이 처단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천년도 더 지난 세월이 흐르면서 그 아름다운 몸매도 한 줌 흙으로 돌아가고 그녀가 애용했던 비하정도 담쟁이덩굴로 덮여 이야기로만 전해 올 뿐이다.

저녁에 60불을 내고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장예모 감독, 백낙천(白樂天, 772~846) 원작, 장한가(長恨歌)를 주제로 한 “장한가가무쇼”를 관람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의 이야기를 극으로 보았다. 전설 속에 나오는 비익조(比翼鳥)와 연리지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화청지에 살아 있는 연리지(連理枝) 나무가 없다는 사실이다. 나무 2그루를 심어 놓고 가지접을 붙여 오래 동안 그대로 두면 저절로 아물어 연리지 나무가 될 것인데 알면서 하지 않는지 몰라서 못하는지 궁금하다. 몰라서 못했다면 이 글을 읽고 이제부터라도 시행했으면 한다. 그렇게 해 놓으면 많은 관광객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등 화청지가 더욱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