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팔거천과 참게

이정웅 2024. 1. 8. 15:35

팔거천과 참게

 

참게를 방사하는 모습 맨 오른 쪽 김상선 북구의원

 

 

칠곡군과 달리 대구시 북구 칠곡3지구로 더 잘 알려진 동천동을 비롯한 일대의 몇 개 동은 신라 시대에는 팔거리(八居里), 신라가 삼국을 통일 한 이후에는 팔리현(八里縣)이었으나 1018(현종 9)부터 1640(인조 18) 칠곡도호부가 설치될 때까지 622년간은 성주목 팔거현(八莒縣) 이었다. 그 오래전부터 불려 온 팔거(八莒)라는 이름이 현재 남아 있는 곳은 아쉽게도 팔거천(연장, 8.14 km)과 국가 문화재인 팔거산성(사적) 뿐이다.

2023년 저물어 가는 1214일 참게를 방사했다. 칠곡향교 김정립 전교, 팔거역사문화연구회 양철수 회장, 유가형 시인, 나와 더불어 4명이 각기 10마리, 모두 41마리를 김형일 전, 대구시 서기관의 차량에 싣고 와서 놓아주었다. 한 마리는 주인이 옮길 때 따라 들어온 것을 덤으로 준 것이다.

어린 시절 현, 경상북도 농업기술원 부근의 작은 지천에서 팔거천으로 흘러드는 도랑에 참게가 하도 많아 (참게의 칠곡지역 사투리) 도랑이라 불렀다는 토박이 한영기 시인의 이야기를 듣고 시도했다. 그러나 하상 정비로 자갈이나 수초 등 숨을 곳이 없으며 1급수에만 자라기 때문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이의를 제가 하며 불참했다.

뿐만, 아니라, 백과사전에 의하면 참게의 한살이는번식을 위해 가을에 바다로 내려가 바다에서 알을 낳고 몸속에서 부화시켜 유생(幼生) 상태로 민물로 올라와 성체로 자란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그 조그마한 참게가 팔거천에서 금호강에 몸을 담그고, 다시 강창나루까지 진출해 낙동강의 물살을 타고 부산포 어딘가에서 알을 낳고, 그 알에서 깨어난 어린 참게가 다시 역방향으로 이번에는 거센 물결을 수백 리 거슬러 올라와 팔거천에 다시 도착하여 산다고 할 수 있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긴 여정이다. 그럼에도 도전했다.

 

말조개 방사 좌칙부터 한영기 시인, 필자. 김형일 전 대구시 서기관

요즘 팔거천에는 1급수에만 자란다는 수달이 살고, 역시 1급수에만 자란다는 재첩(일명 강조개)을 손자가 주워왔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으며, 청정 수역에 사는 다슬기를 직접 채집한 경험이 있고, 더 나아가 청둥오리, 원앙새처럼 철새가 텃새가 되고, 호랑가시나무, 가시나무, 태산목 등 난대 식물이 온대 지방인 대구에 적응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았으며,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주어진 환경을 스스로 극복하여 적응한다는 이론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말조개도 방사했다. 삶으면 속살이 단단해져 식용으로 쓰이지는 않으나 토속어인 각시붕어의 숙주라는 설도 있어 한국의 고유 어종인 각시붕어가 팔거천에 노니는 장면을 눈으로 즐기고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칠곡 사람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팔거천은 2011년 국토교통부 고향의 강 가꾸기 사업에 선정되었다. 그 후 둔치에 나무를 심어 휴식 공간을 조성하고, 산책로와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들었으며 수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금호강에서 진흥교까지 장장 7.23km에 관로를 묻어 13만 톤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연성 회복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때 살았다는 은어와 모래무지 등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둔치에 심은 수양버들

최근 달성군 하빈으로 이전이 확정되었지만, 매천동에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지을 때 실무자로 참여해 칠곡과 묵은 인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칠곡으로 이사 온 것은 3지구에서 학원을 하는 아들의 권유가 큰 작용을 했다.

이사 후 평소 향토사에 관심이 많았든 나는 지인들의 배려와 애향심이 높은 배석운, , 한민족문화교류협회 이사장, 대구보건대학 도성탁 교수 등과 더불어 팔거역사문화연구회를 조직하고 회장을 2회 연임했다.

2016년 동천교와 구수교 사이 둔치에 대구수목원에서 얻어온 꽃가루(실제는 종모)가 날리지 않는 수양버들을 칠곡발전협의회 등 역내 5개 단체와 공동으로 심었고, 구암동고분군 사적 지정, 칠곡 1,000년 기념비 건립, 대구칠곡의 역사와 문화유산, 등 자료집을 내면서 칠곡의 정체성 찾기에 분주히 보냈다.

특히 팔거천은 애완견 망고와 미미를 데리고 수시로 산책하면서 심신을 충전하고 있는 나에게는 보배로운 강이다. 이런 주민의 환대에 무엇인가 보답하기 위한 마음을 가졌었는데 문득 어릴 때 읽었던 책에서 이런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어느 고을에 고을을 다스리는 한 수령이 있었다. 어느 날 수하의 하급관리에게 재첩을 몇 말 사 오라고 했다. 그가 다른 고을에 가서 수령이 이야기한 대로 고을을 다스리는 데 필요한 돈으로 재첩을 사 왔다. 그러더니 바가지를 들고 주민들을 강가로 모이도록 했다.

수령은 다짜고짜 재첩을 한 바가지씩 담도록 하고 그것을 강물에 뿌리라고 했다. 많은 주민이 나랏돈을 허비하는 수령이 미치지 않았나 의심했다. 그러나 함부로 말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에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재첩을 다 뿌리고 돌아가서는 마친 수령이라고 욕을 했다.

그 후 세원이 흘러 그 일을 모두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 후에 강에 뿌린 재첩이 새끼가 새끼를 낳아 엄청나게 번식했다. 마을 주민들이 해를 두고 거듭 잡아먹어도 남을 정도로 번식하자 그때야 그 수령을 떠 올리며 그의 백성을 아끼고 멀리 내다보는 혜안에 깊이 감사했다고 한다. ”

 

그러나 나는 그럴만한 위치의 현직공무원도 아니고 이 도전 역시 참게의 특성과 팔거천의 수질 등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돈만 허비한 무모한 일일 수 있다. 다만 믿고 싶은 것은 세상에서 이루어진 일 중에 기적이라는 것도 있는바 그런 행운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시도했다.

팔거천 맑은 물에 각시붕어가 돌아오고 아이들이 참게를 잡으며 조개 줍기로혹은 자빠지고 넘어지며 옷을 버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부모님에 혼난 일 등 소년의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수양버들 늘어진 가지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며 걷는 주민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즐겁다. 더욱이 기력이 쇠잔하여 사회활동이 줄어들면서 무료하게 보내는 노인에게는 이런 기대가 삶의 활력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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