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너희가 나무를 아느냐

이정웅 2006. 7. 22. 14:34

2004-02-09

[문화산책] 너희가 나무를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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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세계는 다양하고 광대하다. 플라타너스와 같이 키가 큰 나무가 있는 가 하면 회양목같이 작은 나무가 있고, 소나무와 같이 가을이 되어도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은행나무처럼 잎을 버리는 나무가 있다.

P왕벚나무처럼 꽃이 화사한 나무도 있고 무화과처럼 육안으로 꽃을 보기 어려운 나무도 있다. 목련처럼 꽃을 잎보다 먼저 내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 감나무처럼 잎이 무성하게 돋아난 후에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다.

P수양버들이나 은행나무는 암수가 다르다. 개나리는 이른 봄에 꽃을 피우 고 목서는 늦가을에 꽃을 피운다. 진달래는 붉은 꽃을, 산딸나무는 순백의 꽃을 피운다. 단풍나무는 잎이 붉게, 자작나무는 노랗게 물든다. 나무들은 그 많은 잎들이 서로 그늘을 지우지 않고 햇볕을 받아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각도를 달리해 달고 있다. 한 여름 기온은 높고 빨아들일 물이 모자라면 일부러 잎을 떨어뜨려 증산량을 억제하는 현명한 조치를 취하고, 토질이 척박해 영양분이 모자라 오래 살 수 없다고 판단될 때에는빨리 많은 양의 씨를 맺어 다음 세대를 준비한다. 영양상태가 좋으면 씨가 적게 , 늦게 열린다.

P늘 거센 바람을 맞는 곳에 서 있는 나무는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가 지를 뻗어 넘어지지 않도록 자세를 취하고, 위에 장애물이 있으면 옆으로 자란다. 대다수 나무들은 수액(樹液)의 이동이 왕성하기 전 3월 중순 쯤에 심으면 활착이 잘되지만 배롱나무는 5월에 오히려 더 잘 산다.

P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만 해도 1천여종이나 되고 그들 또한 각기 다 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씨가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부지런히 자라 왕 성한 생명활동을 하다가 열매를 맺고 마침내 죽어 다음 세대의 자양분이 되는 이른바 나무의 ‘한살이’를 다 안다는 것은 인간으로는 불가능한 신 의 영역에 속한다. 필자는 산림공무원으로 오래 일했고, 푸른 대구 가꾸기 에도 참여했지만 나무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이 나무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양 말하는 것을 보면 존 경스럽기 보다 걱정이 앞선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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