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내 죽은 느티나무에 올린 능소화
능소화로 뒤 덮힌 가지 윗 부분, 6월 하순인 요즘 한창 꽃이 피고 있다.
담쟁이덩굴, 줄사철나무, 송악 등 덩굴식물은 향후 잘만 활용한다면 그 영역이 엄청나게 확대될 수 있는 식물들이다.
도로 절개지를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 종전에는 주로 녹생토공법(綠生土工法)을 사용했으나,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데 비해 시공 후 몇 년 안 가 무너져 오히려 미관을 해치게 하고 사용되는 식물의 종자가 외래종이기 때문에 국내의 자생식물과 경합을 벌여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이런 점 때문에 칡을 심어 피복시켰으나 이 역시 빨리 자라 도로변의 나무를 덮어 잘 가꾼 수목을 고사시켜 막대한 피해를 준다. 따라서 현재는 주로 등나무를 쓰고 있으나 이 역시 완벽한 방법은 아니고 몇 년 후면 또다시 산림에 피해를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 곳 절개지 피복(被覆)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그 나라 역시 담쟁이덩굴이 아니면 등나무를 올리고 있어 고민도 우리와 같지만 대처하는 방법 또한 우리와 크게 다를 점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담쟁이덩굴은 학교 등에서 전통적으로 심어 온 벽면 녹화식물이나 낙엽이 지기 때문에 잎이 떨어진 11월부터 새잎이 나오는 이듬해 3월까지 약 5개월 동안은 지저분한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7개월이나 녹색을 유지해서 미관을 좋게 하고, 복사열(輻射熱)을 줄여 열섬현상을 저감시키고, 열매는 새들의 먹이가 되어 도심에 새를 불러들일 수 있다. 또한 담쟁이 등 덩굴식물은 나무를 심을 수 없는 좁은 공간에 심을 수 있고 경비도 크게 들지 않는 이점이 있다.
옹벽 같은 경우 아래쪽에 덩굴식물을 심을 수 없어 미관상으로 매우 좋지 않은데 이 때 위쪽에 적당한 공간을 만들어 줄기를 아래쪽으로 늘어지게 하여 벽을 덮을 수 있는 식물이 바로 미국담쟁이나 상품화(商品化)된 게 부족해 많이 보급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또한 이른 바 상록담쟁이로 불리는 송악은 1년 내내 푸르다는 점은 좋으나 부착능력이 다소 떨어지고 성장이 더딘 게 흠이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내에 심었던 큰 느티나무 한 그루가 정성껏 보살폈는데도 불구하고 죽어 일부 마른 잔가지를 정리하고 원줄기에 능소화를 올렸다.
비교적 꽃이 귀한 7~8월 아기 주먹만한 주황색 꽃을 주렁주렁 달고 있으니 얼마나 보기 좋은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의 새로운 명물이 되었다.
능소화는 큰 자갈 같은 것으로 거칠게 처리한 벽면에도 무난히 타고 올라갈 수 있고, 난간이 있어 줄기를 끈으로 유인해 묶어 둘 수 있는 건물에 올려도 좋다.
능소화의 이런 점을 볼 때 옹벽을 매끄럽게 하지 말고 울퉁불퉁하게 하여 올린다면 벽면이 화려한 꽃으로 단장되어 담쟁이덩굴이나 송악 등 잎만 무성한 식물이 덮을 때보다 훨씬 아름다울 것이기 때문에 도로 비탈면이나 고속도로의 암석이 노출된 곳에 한 번 시도해 볼 만 하다.
벽면녹화는 도로설계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이런 문제까지 눈을 떠 옹벽이나 절개지 하단(下段)에 식수공간을 확보해 주어야 하는데 그들의 생각이 여기까지는 미치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
능소화는 중국 원산으로 조선조에는 주로 사대부(士大夫)들이 즐겨 심어 일명 양반나무라고도 한다.
속설에 꽃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으면 뇌를 손상시킨다고 하나 검증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수술의 꽃가루가 갈고리같이 생겨 눈에 들어가면 눈동자에 상처를 낼 우려가 있다고 하니 먼데서만 바라볼 뿐 지나치게 가까이에서 볼 것은 못 된다.
옛날 한 궁중에 ‘소화’라는 아름다운 궁녀가 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왕의 성은을 입어 빈(嬪)의 자리까지 올랐으나, 어쩐 일인지 그 후에는 왕이 단 한차례도 찾지 않자 기다림에 지친 나머지 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되었다.
마침내ꡐ내가 죽거든 담 밑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이승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 후 소화가 묻힌 곳에서 나무가 솟아 담벼락을 타고 오르더니 생전에 임금을 기다리듯 담 밖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꽃을 피우는 능소화가 되었다.
는 애절한 이야기가 전해 온다.
현재 시중에는 중국산과 미국산 두 종류의 능소화가 보급되고 있다.
능소화의 주황색 꽃은 푸름이 짙은 7~8월의 공원을 압도한다. 따라서 조경지에 나무를 심었다가 죽으면 베어 버리려고만 하지 말고 능소화를 올리면 죽은 나무를 제거하는 수고도 줄이고 꽃을 볼 수 있어 좋다. .
능소화의 한자말은 능가할 능(凌) 하늘 소(霄)로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라는 뜻이며, ‘능소게세지지(凌霄蓋世之志)’는 ‘하늘을 뛰어넘고 세상을 뒤덮을 만한 큰 뜻’이고 ‘능소지지(凌霄之志)’는 ‘하늘을 능가할 만한 큰 뜻’이라 하니 여느 꽃보다 화려한 점도 있지만 꽃에 비해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이 아닌가 한다.
미국능소화
일반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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