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이야기

우주의 중심 울릉도 천부(天府)

이정웅 2011. 6. 17. 06:28

 

 

 천부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바위굴, 주민들은 문바위, 닭다리바위 또는 악어바위로 부르나 하늘나라로 가는 통천문(通天門)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천부항

 신비하게 솟은 추산

 관음도 개발사업 조감도

해양관관단지 개발조감도 울릉도의 주요 개발사업이 천부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천부가 범상한 땅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주의 중심 울릉도 천부(天府)

 

울릉도의 마을 중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곳이 천부다. 지금은 천부, 본천부로 갈라졌지만 본래는 이들 두 마을을 아울러 ‘천부(天府’)라고 불렀다고 한다. 앞 바다는 일찍부터 왜와 교류가 잦아 왜선창으로 불리기도 하고 오래 전부터 선창이 발달하여 옛선창이라고 하는 곳이다.

울릉군지에 의하면

 

‘개척 초에 예선창에 내린 사람 중에 덕산이씨(德山李氏)의 백산노인과 간성이씨(干城李氏) 철원노인 두 분은 양반들이 바닷가에 살 수 없다고 하여 가족들을 거느리고 이곳에 와보니 아름드리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하늘을 찌르고 갖가지 넝쿨이 엉켜있는 운동장 남짓한 평지가 있어 만약 샘물만 있으면 살기에는 가장 좋은 곳인 듯해서 덩굴을 헤치며 물을 찾아 헤매다가 마을 뒤 산기슭에 물을 찾아내고서는 이젠 살 수가 있다하고 나무를 베어낸 후 사방을 살펴보니 빽빽이 둘러싼 나무로 아무 곳도 볼 수 없고 다만 나무를 베어낸 곳으로만 동그랗게 하늘만 보이기 때문에 천부(天府)라 하였던 것이다.

후에 예선창을 천부라고 하자 이곳은 본래 천부라는 뜻으로 ‘본천부’라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곳 지명유래에 보이는 백산노인과 철원노인은 기록에 찾을 수 없다. 1883년 7월 울릉도에는 16호 54명이 거주했는데 이중에 이 씨는 과부이씨 모녀만 있었고 남자는 없었다. 다만 당시 충청도 충주에서 본천부로 와 산 한양 조 씨 조정환이 살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지명 유래에 관련된 인물에 관한 이야기는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 했다.

이런 군지의 표현을 보면 천부라는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그 근원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고 지금까지도 그 유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그렇다면 사전(辭典)에서는 천부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⑴, 천연(天然)의 창고, 천연의 요해(要害)를 이루고, 땅이 기름지며, 재물이 풍부한 땅

⑵, 천연의 곳집은 아무리 가져도 다하지 않는데서 학문의 심원(深遠)함, 또는 도(道)를 체득한 사람이나 학문을 깊이 닦은 사람을 이름

⑶, 임금의 창고

⑷, 천신(天神)의 관청

⑸, 별 이름

⑹, 몸의 한 부분 팔꿈치 뒤의 안쪽에 있는 맥(脈)을 말한다.

 

따라서 이 6가지 해석 중에서 ①, ②, ④번의 뜻이 천부와 근사한 것으로 생각된다. ①은 가혹한 학정의 시달림으로부터 벗어나 자리 잡은 이곳이 비록 낯설고 물선 곳이라 해도 살아갈만한 요해지 즉 이상향(理想鄕)으로 여겼을 것으로 생각되며, ②는 개척민들이 스스로 자부했을 수도 있고 ④는 깎아지른 것 같은 절벽, 바다 위에 우뚝 솟은 바위, 하늘을 찌를 듯 울창한 숲, 뱀이 없는 섬 등 신비로움이 가득한 신의 나라의 중심지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특히 추산 즉 송곳봉 높은 곳에 있는 바위구멍은 세상의 종말이 오면 조물주가 울릉도를 하늘나라로 들어올리기 위해 파 놓은 곳이라는 전설이 있다. 따라서 천부는 세상의 종말이 와도 안전한 하늘이 점지해 둔 땅이라는 것이다. 주변 풍경도 그렇다. 현포에서 천부로 가는 도중에 맨 먼저 만나는 것이 대문(大門)처럼 생긴 자연석 바위다. 검찰사 이규원이 그린 지도의 문암(門巖)이 바로 이 바위가 아닌가 한다.

현재 주민들은 구멍바위 또는 악어바위, 닭다리바위라고 부르나 이 바위야 말로 천부가 이상향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또 다른 증표다. 다시 말해서 울릉군 북면 천부를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문암 즉 구멍바위를 통과(通過)해야 하는 데 이 길은 천부 마을로 가는 길이기도 하지만 삼선암 등 신의 손으로 빚은 것 같은 울릉도 제1의 비경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바위를 천부로도 통하고, 하늘이 빚은 비경이 가득한 정들포로도 통하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에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통천문(通天門)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천부라는 이름은 1890년대 경주 출신의 정씨라는 분이 지은 <정처사술회가>에 맨 처음 등장한다. 실제로 뒷날 훔치교 일부 교인들이 울릉도를 이상향으로 생각하고 입도한 사례가 있다.

울릉도는 신비의 땅이라면 그 중에서는 천부는 우주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안용복장군기념관, 해양관광단지, 관음도개발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모두 천부에 집중 건설되고 있는 점도 천부가 미리부터 선택된 땅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아니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