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창초등학교 이팝나무

이정웅 2021. 5. 7. 06:07

청와대에 이팝나무를 심는 박근혜 전대통령(사진, 조선일보
가창초등학교 이팝나무
박근혜 대통영이 심은 청와대 이팝나무
기념 표석

 

일제강점기에 개교(1933)하여 많은 인재를 배출한 가창초등학교의 넓은 교정의 교재원에는 몇 그루 큰 이팝나무가 있으며 그 아래에 한때 다음과 같이 쓰인 안내판이 있었다.

 

"여러분 여기에 있는 이팝나무는 청와대에 있는 이팝나무의 부모랍니다. 201348일 박근혜 대통령님께서는 청와대 뜰에 이팝나무를 기념 식수하셨습니다. 그런데 청와대에 심은 이팝나무는 바로 우리 학교에 있는 이 나무의 씨앗을 싹 틔워서 정성 들여 가꾼 나무입니다.

우리 고장 달성군의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님께서는 이팝나무가 5~6월이 되면 하얀색 꽃이 '쌀밥' 모양으로 나무 전체를 덮을 정도로 수북이 필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좋아했던 추억이 깃든 나무라고 합니다. 청와대에 심겨져 있는 이팝나무의 부모 나무인 이 나무들을 잘 가꾸어 나가도록 해요."

 

이 팻말을 통해 이팝나무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좋아했던 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현충사나 도산서원 등을 성역화하고 여러 종류의 기념 식수를 하였으나 이팝나무를 심은 곳은 없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 심었다.

이는 20여 년 전 미리 키워 놓은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가창초등학교 졸업생이기도 한 일성조경 채석규 사장이다. 그냥 나무가 좋아서 여러 종류를 키우다가 조경회사를 설립한 사람이다. 콩알만 한 씨앗을 주워 키울 때는 이 나무가 우리나라 최고 권부(權府)인 청와대에 심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꽃이 아름다운 나무이기에 길러 놓고 사러 오는 사람이 있으면 팔고 아니면 그냥 키우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나무에 대한 애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이곳저곳에서 나무를 심어 달라는 요청이 늘어나면서 사업가로도 성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68회 식목일에 대통령이 기념 식수를 하려고 하는데 이팝나무를 준비해 주면 좋겠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원래는 마산 어느 식물원에서 가져가려고 했다고 한다. 비서실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더니 "달성에도 많이 있는 데."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선택되었다고 한다.

허태열 비서실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과 함께 1그루 심는 것으로 보도되었지만 모두 16그루를 가져갔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가로서 꿈을 키운 곳은 달성군이다. 모 학자에 의하면 이팝나무는 대구 앞산이 자생지라고 한다. 따라서 앞산 순환도로의 가로수로를 비롯하여 대구 곳곳에 많이 심어 5월 초순이 되면 대구는 이팝나무 천국이 된다. 그때에는 묘목이 없어 전국을 다니며 구했다.

나무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앞서 말한 것처럼 꽃잎이 쌀밥의 옛말인 이밥과 닮아 이밥나무가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그것이고 둘째는 꽃 피는 때가 24절기의 하나인 입하(立夏) 즈음이라 하여 입하나무가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이고 셋째는 쌀밥이 귀한 시절 이씨조선의 벼슬아치가 되어야 쌀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하여 ()이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

풍흉(豊凶)을 점치는 기상목(氣象木)이라는 별칭도 있다. 어느 해이든 꽃이 많이 피면 그 해는 풍년이 드는데 수리(水利) 시설이 발달 되지 못한 옛날 가뭄이 들면 못자리를 못 하여 그해 농사에 큰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물을 좋아하는 이팝나무도 꽃을 많이 달지 못한다.

한때 대구 시화(市花)로 지정하려고 했다. 어느 도시를 상징하는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지역의 깃대종이 여야 한다. 다음은 관리가 용이(容易)하고, 옮겨 심어도 잘 자라야 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즉 꽃이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거나 악취가 나면 곤란하다.

대구의 깃대종에 대해서는 대체로 측백나무, 모감주나무, 이팝나무를 든다. 측백나무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호이고, 모감주나무는 세계적인 희귀종이나 안심의 내곡동 일대, 화원동산에 큰 군락지가 있으며 6월 하순~7월 초 황금색 꽃이 아름답다. 현재의 대구시 시화는 목련(木蓮)은 꽃이 희고 커서 백의민족을 상징하고 가곡에도 등장하는 친근한 나무이나 원산지가 중국이자 늦은 봄 한두 번 오는 꽃샘추위를 견뎌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팝나무보다 더 좋은 나무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서 가져가 청와대에 심은 나무가 잘 자라는지 늘 궁금했다. 그런데 지난가을 나무인문학자로 존경받는 박상진 교수로부터 청와대의 나무와 풀꽃, 2019 눌와를 보내왔다. 큰 배려에 고마움이 밀려 왔으나 펼쳐 보기도 전에 우선 이팝나무 안부부터 물었더니 잘 자라고 있다며 며칠 후 꽃이 활짝 핀 사진과 더불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심은 향나무 사진까지 보내왔다. 언젠가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청와대에 초청받는 기회가 와서 활착 핀 이팝나무와 더불어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