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조경 ` 약용 모두에 요긴한 풀 맥문동

이정웅 2006. 9. 4. 19:34

위: 맥문동 아래 : 부처꽃

 

조경분야의 공무원을 하면서 많은 식물을 취급해 왔지만 맥문동과 털부처꽃만큼 그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식물은 보지 못했다.  

꽃창포나 붓꽃같이 물을 좋아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부처손이나 기린초와 같이 어지간한 건조에도 견뎌내는 힘이 강한 식물이 있다.

그러나 맥문동은 습윤한 지역이나 건조한 지역을 가리지 않음은 무론 강한 음지에도 잘 적응해 상식의 한계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동대구로에 심어져 있는 히말라야시다  밑에 한때 잔디를 심었으나 특유의 짙은 그늘 때문인지 아니면 한정된 양분을 이 나무가  다 흡수해서 그런지 얼마 안가 도태되고 맨땅이 그대로 노출되어 미관을 흐리게 해 고민에 빠지게 했다.

적당한 지피식물을 심어 흉한 모습을 개선해 보려고 노력하였으나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이 히말리야시다의 잎이 우리가 알 수 없는 물질을 내뿜어 어떤 식물을 심어도 살아날 수 없으니 그대로 둘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들 했다.

심지어 충북(忠北)의 어떤 산림공무원은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그 이야기가 사실이냐고 물어 왔을 때 맞다(?)고 대답하기도 했었다.

내가 어떤 일로 칠성동에 있던 제일모직을 방문한 때가 있었다. 삼성계열사답게 공장 조경이 다른 기업체보다 잘되어 있었다. 그 때 들었던 소문에 의하면 이병철 회장은 국내 굴지의 그룹총수로 회사 경영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형편임에도 나무를 너무 사랑해 계열사 전 사업장에 심어진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마다 코드넘버를 붙여 직접 관리한다고 했다.

현재 제일모직은 옮겨 가고 일부 부지는 아파트와 상설할인매장을 건축했으나 총무과가 있었던 건물은 그대로 있는 것 같고 방문 당시 인상 깊었던 정문 앞의 큰 태산목은 그때보다 훨씬 더 커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당시 그 곳 건물 옆 히말라야시다 밑은 그늘이었음에도 맥문동이 아주 탐스럽게 자라고 있어 깜짝 놀랐다. 아하! 지피식물로는 이만한 소재가 없겠구나, 동대구로의 히말라야시다 밑도 이런 식으로 꾸미면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얼마 후 각 구청의 녹지계장들을 소집해 단체로 현장을 보면서 그늘진 곳의 녹화방법을 이 모델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이 시작되는 원년 사업비를 확보해  동구청에 배정하고 김병식 계장(현 두류공원소장)이 심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사실, 식물은 활동적이지 못해 적의 공격으로부터 당하고만  있을 것 같지만 다른 생물과 같이 자기방어 능력 즉 ‘알렐로퍼시(Allelopathy)’를 가지고 있어 동종 또는 이종의 다른 식물이나 생명체에 대해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잘 익은 사과나 배 등의 과실에서 발생되는 에틸렌이 미숙한 과실을 숙성시키고, 반대로 쑥이나 오동나무는 저해물질(沮害物質)을 방출하여 주위에 돋아나는 다른 식물의  생장을 억제시킨다고 한다.

다행히 히말리야시다와 맥문동은 이런 상극관계가 아닌지 심은 결과 흙이 노출되어 보기 흉하던 분리대가 초록색 맥문동으로 덮여 사계절 언제 보아도 좋지만 특히 늦여름 보라색 꽃이 일제히 피어 차가 지나갈 때마다 일어나는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신천 둔치에 있던 나무가 아이들의 불장난으로 타 죽자 당시 이상연 시장이 관할 동장을 관리 소홀로 문책한 일이 있었다. 

나무, 특히 불에 약한 소나무의 경우 지피식물로 잔디를 심어 놓지만, 다른 곳에서 일어난 불이 마른 잎을 타고 밑둥치까지 들어가 값비싼 소나무를 고사시키는 일이 가끔 일어난다.

이렇게 주민들의 부주의로 일어나는 불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고, 뿌리가 지나치게 치밀하여 소나무가 빨아들일 영양분마저 탈취해 가는 조릿대의 폐단을 예방하기 위하여 소나무 하층식재로 맥문동 심기를 강조하였고 실제 신천 동로 소나무 심기 때부터 적용했었다.

또한 관할 전 구․군․사업소에 확대시켜 현재는 소나무를 심은 후에는 맥문동을 심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느티나무 등 그늘이 짙어 잔디 생육이 불가능한 곳이나, 폭우 등으로 흙이 노출되어 보기 싫은 곳에도 심어 다각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 역시 식물의 특성을 잘 이용해 조경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가 된다.

동대구로를 시작으로 보급이 확대된 맥문동은 지하철 2호선이 지나가는 달구벌대로 중앙분리대를 비롯하여 경상감영공원과 달성공원 등 큰 나무가 많아 그늘이 짙은 고목나무 밑에는 거의 빠지지 않게 많이 심어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공원을 찾으면 보라색 맥문동 꽃이 장관을 이루어 보는 이의 가슴을 더욱 시원하게 한다.

맥문동은  주로 한약재로 이용되었던 식물이다.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장수할 수 있으며, 양식이 떨어져도 굶주림을 느끼지 않는다.” “ 사지통, 신경통, 류머티즘을 완화시켜 주며 젖이 부족한 수유부(授乳婦)에게도 좋다 ”고 하니 약효 또한 다양해 참으로 신비한 식물이다.

맥문동이 메마른 토양과 짙은 그늘에 함께 적용이 가능한 식물이라면 이와 달리 털부처꽃은 메마른 땅과 습한 땅에 다 적응하는 식물이다.

칠월 하순에서 팔월 중순까지 보라색 꽃을 피우는 털부처꽃은 내습성(耐濕性)이 얼마나 강한지 화분에 심어 물속에 넣어두면 그 곳에서도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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