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408

회연서원(檜淵書院) 원호(院號)의 비밀

우리나라 서원의 원호(院號)는 소수서원(紹修書院)이나 도동서원(道東書院) 등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 지역명을 따랐다. 도산서원의 도산(陶山), 옥산서원의 옥산(玉山), 남계서원의 남계(南溪)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강(寒岡) 정구(鄭逑)를 배향한 회연서원 역시 후자의 예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속에는 한강이 유학의 계승자임을 천명하는 깊은 의미가 숨어 있다. 회연은 대가천 물이 돌아 들어와 소(沼)를 이루는 지형적인 특징으로 보아 “돌 회(回), 못 연(淵)”의 회연(回淵)이 일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이름이다. 그럼에도 이곳에 초당을 짓고 백매원(百梅園)을 조성하고 더 해서 전나무를 심어 “전나무 회(檜), 못 연(淵)” “회연(檜淵)”으로 정한 데서 알 수 있다..

나무이야기 2023.11.13

충신 박제상과 갈대

신라충신 박제상 순국비 나무를 찾아서 나라를 찾아서 카페 회원 34명이 2023, 9월 19일 ~20일 1박 2일 동안 대마도를 찾았다. 2011년 8월 20일 밀양 일원을 시작으로 혹한 혹서기(酷暑期)를 제외한 매월(每月) 전국의 나무와 숲을 찾아 나선 100회 기념 답사이자 첫 해외 답사였다. 회원을 규율하는 정관이 없으면서 12년 (코로나 19 2년여 제외)로 모임이 지속 된 까닭은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 회원 스스로도 놀랄 만한 긴 여정이었다. 교수, 교사, 일반직 공무원 출신 은퇴자들이라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습관이 체화(體化)되어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닮으려고 하는 마음이 늘 충만하여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대마도는 전에 한 번 가봤다. 삼나무와 편백(扁柏) 나무가..

나무이야기 2023.10.15

칠곡군 석적읍 망정 1리의 호국목

칠곡군 석적읍 망정 1리 배석운 노인회장으로부터 3. 28고지 전사자 위령제를 지내는 데 참석해 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피란 가지 못한 마을 사람들이 탄약과 식량 등 보급품을 지게에 지고 고지를 오르내리다가 희생된 영령들과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군인들을 기리는 행사이며 평소 가깝게 지내든 유가형 시인의 헌시(獻詩)도 낭송한다고 했다. 다소 난감했다. 손수 운전을 하지 못해 오지인 망정마을은 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있는데 전날 칠곡향교 김정립 전교로부터 전화가 왔다. 배 회장 행사에 가자고 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주민들이 와 있었고 칠곡군청과 의회, 보훈청, 군 부대장, 보훈, 안보단체 임원도 참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을 주민이 주관한 행사라는 데 의미가 컸다. 식전행사로 유가형 ..

나무이야기 2023.08.23

안동권씨 의성 입향조 행정 권식 선생과 사촌리 행단

안동권씨 의성 입향조 행정 권식 선생과 사촌리 행단 의성 점곡면 사촌 마을은 안동 김씨 도평의공파 김자첨(金子瞻, 1369~1454)이 14세기 말에 개척한 마을이다. 연산군의 폭정을 보고 낙향한 송은 김광수, 송은의 외손자 서애 류성룡, 퇴계 학맥을 이은 거유 김종덕(金宗德), 임란 창의 정제장 김사원, 병신의병대장 김상종, 국채보상운동 참여자 75명과 과거 급제자 46명 (문과 12, 무과 1 생원 24, 진사 8, 도산별과 1), 문집류를 남긴 분이 94명에 이르는 충절과 문향이 가득한 마을이다. 뿐만, 아니라. 일명 서림 즉 가로숲(천연기념물, 제405호)과 향나무(경상북도 기념물(107호)가 있어 나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드시 찾아볼 곳이다. 그러나 이렇게 알려진 것, 의외 숨은 보석이 ..

나무이야기 2022.01.22

선무공신 식성군 이운룡 장군과 용송

전국의 많은 노거수를 찾아다니며 오랫동안 이야기를 발굴해오고 있다. 살아 있는 나무가 대부분이지만 예외적으로 죽은 나무도 있다. 법보사찰 해인사를 창건한 신라 제40대(재위:800~809) 애장왕이 심은 일주문 부근의 느티나무도 그렇고, 호학(好學) 군주 정조(재위: 1776년~1800)가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힌 융릉(隆陵)의 수호사찰로 화성의 용주사를 중건하고 심은 회양목도 그렇다. 전자는 표석에 심은 사람이라도 간단히 언급해 놓아 애장왕과 해인사와 관계를 살펴볼 기회를 제공해 주는 데 비해 용주사의 정조가 심은 회양목은 한때 천연기념물(제264호)로 보호해온 나무인데도 설명 표지판 하나 없다. 이런 우리나라의 나무 문화와 달리 중국은 달랐다. 물론 중원 천지를 다 돌아본 것은 아니지만 곡부에서 만은 ..

나무이야기 2022.01.10

약포 정탁 선생과 도정서원 느티나무

읍호정 조선 오백여 년 중 가장 큰 국난은 임진왜란이다. 이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서 나라 구하기에 앞장선 인물을 묻는다면 대다수 사람은 충무공 이순신 떠 올릴 것이며 다음으로 충무공을 파격적으로 발탁하고 전시 조정을 이끈 서애 류성룡, 다음은 의병장 곽재우 등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수군의 서해 진출을 막은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약포(藥圃)의 정탁(鄭琢, 1526~1605)의 공이다. 원균의 모함과 왜장 가등청정(加籐淸正)의 남해안 상륙을 막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탄핵을 받고, 서울로 끌려와 사형당할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약포가 “이순신을 살려 주소서.”라는 상소를 올려 백의종군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때 이순신에 대한 선조의 노여움과 질시가 하도 커서 누구도 구명하려 들지 않..

나무이야기 2021.12.08

서애(西厓)의 손자 이송당 류백지(柳百之)와 의성 단밀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전국의 많은 기초단체가 소멸 위기에 놓여있다. 경상북도 의성군도 그중 한 곳이다. 따라서 각 자치단체가 인구를 증가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출산을 장려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귀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의성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귀농을 장려하면서 내건 구호가 “하늘이 숨겨둔 땅 의성(?)”이라고 하여 귀농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인 곳으로 보이고 토박이들에게는 은근한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 18개 읍면 모두 하늘이 숨겨둔 땅이겠지만 군의 서단에 있는 단밀면은 더 특별한 곳이다. 팔공산의 한 지맥이 서쪽으로 뻗어 가신, 유학산, 청화산을 거쳐 단밀의 주산 만경산에서 낙동강을 건너지 못하고 주저앉은 곳이기도 하지만 동, 북을 위천이 감싸 흐르며 기름진..

나무이야기 2021.09.14

퇴계의 두 번째 처의 외가 거창 영승마을 사락정(四樂亭) 매화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격언이 요 며칠 사이 절실히 다가온 적이 없었다. 거창 위천을 끼고 있는 대표적인 경승지와 문화유산인 동계, 정온 종택과 수승대, 연산군과 중종의 정비를 배출한 거창신씨 집성촌 황산마을은 물론 성리학자 임훈(林薰)의 갈계숲에 이르기까지 수도 없이 다녔다. 마리초등학교를 지나 위천 가에 오래된 소나무가 물길 따라 나란히 서 있는 영승마을도 가본 곳이었다. 어떤 지혜로운 사람들이 살기에 오랜 세월 나무를 잘 가꾸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였다. 그러나 농사일로 들에 나가 누구 하나 만날 수 없다. 그냥 휙 둘러보고 나왔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1790년(정조 14) 대구와 인근 고을의 지암(遲庵) 이동항(李東沆), 경안(景顔) 이헌우(李憲愚), 사원(士源) 박성수(朴聖洙), ..

나무이야기 2021.08.03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창초등학교 이팝나무

일제강점기에 개교(1933)하여 많은 인재를 배출한 가창초등학교의 넓은 교정의 교재원에는 몇 그루 큰 이팝나무가 있으며 그 아래에 한때 다음과 같이 쓰인 안내판이 있었다. "여러분 여기에 있는 이팝나무는 청와대에 있는 이팝나무의 부모랍니다. 2013년 4월 8일 박근혜 대통령님께서는 청와대 뜰에 이팝나무를 기념 식수하셨습니다. 그런데 청와대에 심은 이팝나무는 바로 우리 학교에 있는 이 나무의 씨앗을 싹 틔워서 정성 들여 가꾼 나무입니다. 우리 고장 달성군의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님께서는 이팝나무가 5월 ~6월이 되면 하얀색 꽃이 '쌀밥' 모양으로 나무 전체를 덮을 정도로 수북이 필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좋아했던 추억이 깃든 나무라고 합니다. 청와대에 심겨져 있는 이팝나무의 부모 ..

나무이야기 2021.05.07

일직손문(一直孫門)의 유산 범어네거리 은행나무

이식 경위와 보존에 참였던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진 빗돌 일직손문(一直孫門)의 유산 범어네거리 은행나무 범어네거리 범어지구대 앞 교통섬에는 수령 500년(1972년 보호수 지정 당시 수령), 수고 13.5m, 둘레 4m의 큰 은행나무 보호수가 있다. 오래된 만큼이나 원 둥치는 죽고 뿌리에서 돋아난 싹이 자라 우뚝 서 있는 것이 고목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가지 아래에는 2개의 빗돌이 있다. 하나는 하트모양의 오석(烏石)이고, 다른 하는 자연석에 오석을 박아 글씨를 새긴 것으로, 전자는 후자의 글씨가 잘 보이게 다시 만든 것 같고, 후자는 정화여·중고 교정에 옮겨 심을 때와 범어네거리로 옮길 때까지의 과정을 담았고 보존위원의 명단도 각석(刻石) 해 놓았다. 후자의 빗돌 전문은 다음과 같다. 상동(上洞..

나무이야기 2021.01.11